Inside Chaeg: Culture 책 속 이야기: 문화
‘자연’스러운 흔하고 귀한 것
에디터: 김지영
자료제공: 마음의숲, 웜홀
먹거리에 불편을 느껴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사실 불편했던 경험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대안리 명봉산 아래 마을에는 불편함과 잡초를 벗 삼아 사는 부부가 있다. 가까운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식료품이 널렸고, 배가 고프면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면 되는 편리한 시대에 불편을 자처한 부부. 그들이 사는 불편당(不便堂)은 말 그대로 사람 살기에는 불편한 집이다. 길고양이와 개가 거리낌 없이 드나들고, 때가 되면 제비가 집을 짓고, 30종이 넘는 잡초가 자라는 불편당에서 부부는 ‘자연’스러운 흔하고 귀한 것에 감사하며 삶을 꾸려가고 있다.
권포근 고진하 부부가 이사를 한 건 남편 고진하 씨의 권유였다. 치악산 아래 행구동에 세 들어 살던 2층 양옥집에 비하면 과거 불편당은 사람이 살 수 없는 폐허였다. 살림하는 아내 권포근 씨의 입장에서 곳곳이 낡아 헐리고 파인 집으로의 이사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남편의 단식투쟁에 아내는 남편을 살리는 셈 치고 이사를 결심했다.
부부가 사는 불편당은 전통한옥이다보니 변소가 바깥에 있어 추운 겨울에는 요강을 사용한다. 그래서 불편당에는 4개의 요강이 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쓰시던 요강, 아내와 딸이 함께 쓰는 요강, 그리고 남편이 쓰는 요강, 마지막으로 아내의 생일날 남편이 꽃을 담아 선물한 나무요강. 요강을 사용하면서 가족들은 서로의 몸 냄새를 자연스레 맡게 됐다. 부부는 탁한 음식을 먹은 날은 오줌의 색깔이 거무죽죽하고 악취가 풍기는 것을 확인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먹는 것에 대한 중요함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고 말한다.
전통한옥에 서른 종이 넘는 풀이 자라는 집이다보니 잠시 다녀가는 사람 중 오래 버티는 사람이 없다. 야생이 살아있는 이 집에 매혹되기는 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불편함을 느끼고 훌쩍 떠난다. 동네 사람들은 이 집을 들여다보고는 호랑이가 새끼를 쳐도 모르겠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유지하려는 부부의 노력은 꽃뱀도 집 마당을 스스럼없이 지나게 한다.
권포근 고진하 부부가 잡초를 먹기 시작한 건 불편당에 이사 오고 삼 년째 살았을 무렵이다. 넓은 마당에 숱한 풀이 저절로 돋아나 자주 낫을 들고 풀을 베어내야 했는데, 어느 날 몇 가지 풀을 뜯어 입에 넣고 꼭꼭 씹어보니 향긋하고 먹을만 했다. 그래서 여러 종의 풀을 뜯어 밥에 썰어 넣고 고추장으로 비벼 먹어봤다.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매우 상큼했고, 몸에도 불끈 힘이 솟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 후로 부부는 매일같이 잡초 비빔밥을 해 먹으면서 산야초 도감을 구해 본격적으로 잡초에 대한 공부를 병행했다.